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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우리땅한바퀴

5회 이색적인 국내여행 -나홀로 국토대장정 울진 망양정 (2)

by 냥이왕국 2020. 5. 10.

 2013년 4월부터 약 40일간 걸었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티스토리로 이동 중이며, 맞춤법 등을 개선합니다.

  • 일시: 2013년 5월 3일 
  • 이동:   울진군 기성면  구산리 비치모텔 > 울진군 읍내리 명성 찜질방 35KM
  • 누적: 142.79km
  • 비용: 22,340원 (편지, 과자, 쌀, 라면, 맥주, 만두, 고로케, 찜질방)
  • 합계: 89,170원

 

 휴게소를 벗어나 걷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피로감이 몰려왔다. 졸음을 참지 못해 가는 길에 발견한 버스 승강장에 들러 자리를 펴고 누웠다. 비를 맞으며 걷는 행위 자체가 체력 소모가 심하다. 같은 거리라도 비를 맞고 걸으면 두 배이상 체력을 소모하는 것 같다. 

블리쟈드를 맞은터라(우박) 이미 HP가 바닥이 났다.

HP를 회복하기 위해 이십 분 정도 쉬기로 했다. 잠깐 눈을 떠보니 이십 분이 훌쩍 넘어 사십 분이 지났다. 그 짧은 순간 침을 질질 흘리며 꿀잠을 잤다. 

발바닥을 살펴보니 양발에 작은 물집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걸을 때 마다 기분 나쁜 아픔과 통증이 느껴진다. 임시 조치이지만 도움이 될까 싶어 테이핑을 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마찰이 줄어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다. 

효과가 나름 괜찮다.

젖은 신발이 부담 스러워서 비닐봉투로 발을 감쌌다. 

다시 해안길을 따라 망양정을 향해 걷던 중 정자에 있는 텐트가 눈에 띄었다. 혹시 나와 같은 도보여행자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반가운 마음에 텐트로 다가갔다.

"계십니까?!"

텐트 밖에서 인사를 드리자.

 "잠시만요"하고| 대답하 곤, 곧 모습을 들이내셨다.  40~50대 정도로 보이시는 어르신이었다.  최대한 정중하게 다시 되물었다.

"혹시 도보여행 하시는 분이세요?"

기대했던 바램과는 달리 실망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자신은 도보여행자가 아니라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조금 실망감이 들었지만, 방해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곤 발길을 돌렸다.

초코파이를 주셨던 주인 아주머니가 가는 길에 망양정에 들러보라 했다. 관동 8경이라 해서 8절경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시간있으면 들러보라고 적극 추천하셨다. 

오늘 목표한 곳과 방향이 같아서 가는 길에 둘러봐도 괜찮을 것 같다. 

걷던 중 멀리서 자전거 두 대가 오고있는 것이 보인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더니

"우우우우!!! 워!!! 워~~!! 우우 화이팅!!!"

"멋지다!! 화이팅!!"

하나도 안 반가웠고 자기들끼리 짐승울음 소리를 몇 번 내더니 이내 휙- 하고 멀어졌다.

횟집 옆으로 난 길로 올라가다보면 망양정으로 갈 수 있다.

관동 八경 중에 으뜸이라는데 망양정에 올라 바라본 풍경은 그럴만 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탁 트인 풍경에 눈앞으로 펼쳐지는 바다와 들판의 모습이 쭈욱 펼쳐져 있었다.

 밤에 온다면 또다른 모습일 것 같았다. 망양정에 올라서서 잠시 힘든 기분을 잊고 관광온 기분을 만끽했다. 문화재의 힘이라는 것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작품은 역시 자연풍경이 아닐까 싶다.

 길 사이로 뻗어있는 대나무가 들어서 있다. 아직 많이 자라지 않아 울창함은 없지만 올해 처음 본 대나무 숲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대나무 길을 따라 걷자 해맞이 공원이 나타났고, 한 시간 정도만 더 걸으면  곧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것 같다.

배낭무게가 지X같이 무거워 집중하기가 힘들었지만 말이다.

울진으로 향하는 길이 참 좋다. 나무 데크로 이루어진 길이라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이 덜하다. 몇 키로 정도를 걷자 울진 엑스포 공원이 눈에 띄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예정이다. 1시간 정도를 더 가서야 번화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번화가로 들어서니 슈퍼와 식당이 눈에 띈다. 기껏 다 먹어서 줄어든 쌀을 이곳에서 구매했다. 1KG짜리 하나로 구입하고 맥주 한캔과 라면 2개도 구입했다. 저녁은 라면으로 해결할 예정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유혹에 못이겨 스스로 온갖 핑계를 대면서 발걸음이 저절로 향한다. 이것저것 시키고 싶지만 왕만두 하나만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봤다. 손님들이 분주하게 왔다갔다. 주인 내외분은 그리 친절해 보이지는 않았다. 

추측컨데 선택권이 없어서 손님들이 자주 들르는 것 같다. 

손님들이 와도 별 반응이 없고, 웃음기도 없고, 티격태격 싸우고 계셨다.

예상대로 그런 사람들이 만드는 음식은 맛이 있을 수가 없다. 음식 맛은 평범했고, 별 특별한 점이 없었다. 배가 많이 고팠음에도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혹시 왕만두만 그런가 싶어서 고로케도 주문했다. 잡채와 야채의 하모니를 기대했건만 퍽퍽하고 별로다. 

  계산을 마치고 찜질방을 찾아갔다.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던 차에 깜짝 놀랬다. 촌동네 찜질방이 9,000원이나 한다. 찜질방이 9000원 씩 이나 하는지 이해할수가 없었고, 아주머니에게 사정을 말씀드리고는 조금 깎아달라고 말했다.  곤란하게도 자신은 주인이 아니라 그럴수 없다고 하셨다.

별다른 대안이 없어 돈을 지불하고 옷을 받고 찜질방으로 들어갔다. 배낭이 너무 빵빵해서 락커에 집어 넣느라 고생했지만 다행히 닫히기는 했다.  뜨끈한 물에 삼십여 분 정도 몸을 담그니 온 몸에 피로가 달아다는 것만 같다. 

목욕을 하고 나와 좀 전에 받은 찜질복을 입어봤는데 옷을 너무 큰 것을 줬다. 

 가만히 있었도 궁댕이까지 흘러내리는 마당에 걸을때마다 바지춤을 잡고 걸어야만 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카운터로 가서 옷을 바꿨다. 가격부터 마음에 안드는데, 뭐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다. 

 찜질방으로 들어가서 휴대폰을 충전하고 일기도 썼다. 이 곳 찜질방은 이불도 안 주고 수면실도 불편한데 9000원이나 받는다. 락커로 가서 침낭과 배게 요가매트를 들고와서 한자리 차지했다.

이불도 주지 않는 찜질방에서 요가매트와 침낭을 가지고 오자 주변에서 반쯤 이상한 눈빛과 부러움이 섞인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들에게 의기양양한 눈빛을 보낸 후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후후 평민들"

이곳에서 나는 부자다. 

 5일 차도 고생의 나날이지만 이젠 갑작스럽게 내린 비가 무섭지 않고 덤덤하다. 길위에서 조금씩 강해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며, 외로움 글감 삼아 찜질방에서 내일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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