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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우리땅한바퀴

6회 이색적인 국내여행 -나홀로 국토대장정-삼척시 원덕리 호산읍

by 냥이왕국 2020. 5. 14.

 2013년 4월부터 약 40일간 걸었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티스토리로 이동 중이며, 맞춤법 등을 개선합니다.

  • 일시: 2013년 5월 3일 
  • 이동: 울진군 읍내리 명성 찜질방 > 삼척시 원덕리 호산읍 호산감리교회 31.20km
  • 누적: 173.99km
  • 비용: 7,510원 (빵,사이다,아이스크림,도시락,라면)  수익 10,000 교회에서 얻음
  • 합계: 86,680원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목욕을 했다. 저녁에 한 시간 찜질을 하면서 땀을 좀 빼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피로가 많이 줄었다. 다만 온몸의 근육은 여전히 아프다. 몸을 씻고 편의점 아주머니가 준 초코파이 2개로 배를 때우고  밖으로 나왔다.

아침 8시부터 햇살이 내리 쬐는 것이 무척이나 더울 것 같은 날씨다. 

  굳은 몸을 풀기위해 주차장 구석에 자리 잡고, 스트레칭과 리프팅을 10분 정도 하면서 몸에 시동을 걸었다. 집을 떠나 여섯 번째의 아침이 밝았다.

힘차게 고성을 방향을 향해 내딛는다. 걷는 내내 다리 뒤쪽 오금에 쥐가 날 것만 같다, 무릎과 골반, 발바닥 성한 곳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없는 곳이 없다. 3~4일 적응기간이 끝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기대와는 달리 일주일이 지나도 적응은커녕 종합 병원이 됐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번화가를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닷길이 펼쳐졌다. 관동팔경 녹색경관길이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곳을 따라 걸었다. 다시 바다를 보고 걷고 있으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가슴이 울컥, 울컥하기 시작한다.

 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들이 바다에 그렇게 많이 가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푸른 바다를 몇날 며칠을 걸어보니 그럴만할 것 같았다. 괜스레 감수성이 예민해져 별 것 아닌 생각에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두 시간 정도를 걷다가 버스정류장이 나오길래 잠시 쉬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쉬는 중 정류장에 붙어있는 광고지를 봤는데, 내용이 기가 막힌다. 3일이면 면허를 따고, 글을 몰라도 가능하고 거기다 모잘라 시험을 칠 수 있다는 문구가 떡하니 붙어 있다.

학원이 이상한 것인지 정부가 이상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면허체계는 분명 잘 못됐다. 교통법규를 지키는 사람보다 안 지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속도 위주로 면허를 발급해주니 기본적으로 운전을 하면서 지켜야 할 기본규칙을 무시하는 운전자들이 많다.

 개인적인 견해론 우선 나조차도 새벽이나 밤길에 몰래 교통법규를 어기기도 하니 전체적인 국민 문화수준이 타 선진국에 비해 조금 모잘라는 감이 없지 않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후에 느낀 생각 중 하나가 우리가 중국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느꼈던 원시적이나 어처구니가 없는 행동들이 일본 사람들 눈에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라 생각 들었다. 

 걷다보니 배가 고파져 점심을 해 먹기로 했다. 인조잔디 축구장이 나왔는데, 이곳엔 화장실도 있어서 잠시 배터리도 충전도 하면서 쉬어가기로 했다. 

 여왕기배 축구대회 기간이라 학생 축구부들이 더운 날씨임에도 연습에 한창이다. 멀찌감치 떨어져  그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아 구경했다.  울진에서 구매한 라면 두 개를 끓였다.

 작은 코펠에 두 개를 넣고 끓이니 면이 잘 익지 않는다. 다행이 허기짐에 그런 것을 느낄 새도 없이 먹었고, 먹고 난 후에 설거지를 했다. 

 코펠에 묻은 라면 기름기를 닦아내는 것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월포 해수욕장에서 택배로 세제를 보내 버린 터라 대충 물로 헹구고 휴지로 닦았다. 

 점심을 먹고 걸으니 힘이난다.  한적한 마을길을 따라 구불구불한 산길도 이어졌고, 나무가 많은지라 걷는 동안 잠시나마 햇볕에 벗어나 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휴대폰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 계속 걷고 있을 즈음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분명 지도에는 길이 표기돼있는데, 공사 중이라 그런지 길이 끊켜버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급히 지도를 찾아 다른 길을 찾아 검색하기 시작했고, 얼추 계산 해보니 돌아간다면 4~5km 이상의 거리를 손해를 봐야만 하는 상황이다. 공사장에서는 덤프트럭과 포크레인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고, 곧 결단을 내렸다.

"그래 한번 가보자! 가다가 안되면 돌아가면 안되겠나?!"

 어릴 적 공사현장이나 동산에서 뛰어놀던 때가 생각이 난다. 당시에는 일부로 험한 곳을 찾아 모험을 하고 탐사를 하면서 마침 톰 소여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놀았다.

흙으로 이루어진 성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행위가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고, 곧 신난 아이처럼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며 자세를 최대한 낮추고 이곳저곳을 탐색하며 가장 완만한 곳을 찾아 조금씩 내려왔다.

 주변 풍경은 사막처럼 온통 노란 빛깔만 비추고 있었기에 이국적인 기분마저 든다. 이십여분의  정도 생각보다 짧았던 모험이 떠나고 공사장을 내려가니 일을 하고 있던 인부들이 신기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공사현장을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초록의 물결이 펼쳐졌다. 논길을 따라 걸으니 기분이 묘하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아름다운 시골길이 나타나 기분이 막 즐거운 차, 영덕에서 봤던 정부 시행에 반대하는 현수막과 깃발들이 여기저기 날리고 있어, 흥이 깨졌다. 마을 한 두 곳이 아니라 집집마다 현수막과 깃발이 꽂혀있었기에 마음이 불편했다. 마을을 벗어나 조금 걷자 북면이라고 위치한 꽤 큰 번화가가 나타났다.

 엄청나게 더운 날씨에 피시방이 보여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잠시 블로그도 하며 쉬어갈까 생각도 했지만, 시간낭비인 것 같기도 하고 뭣보다 피시방이 3층에 위치해 있기에 배낭을 메고 올라가는 일이 더 힘이 들 것 같아 포기했다. 하나로 마트에 들러 아이스크림과 음료수, 빵으로 허기를 채우고는 아쉽지만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다시 걷기로 했다. 

마을을 벗어나 걸은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났다. 잠깐 쉬어갈 생각으로 건너편에 있던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때였다. 나이 드신 중년 남성 한 분이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행색을 보아하니 왠지 도보여행을 하는 것만 같다. 조심스례 말을 건네려던 차, 아저씨게서 먼저 말을 걸어왔다. 자신은 도보여행자이며 지금 3일 정도 걸었다고 했다. 사는 곳이 포항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같은 포항에 살았기에 반가운 마음에 말씀드렸더니 걸으면서 포항사람도 만나고 별일이 다 있다고 신기해했다. 아저씨는 어젯밤에 모텔에서 밥을 해 먹다가 모텔에 불낼 뻔하고 쫓겨났다고 말씀했다. 스토브가 없어서 밥을 하는데 애로사항이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어떻게 밥을 하셨냐고 여쭤보니 토치를 눕혀서 밥을 하셨다고 하였다.

이야기를 듣고는 모텔을 홀라당 태우지 않는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저씨는 그 날로 냄비랑 토치를 버렸다고 하신다. 그래서 이젠 밥을 사드신다고 했다. 자신은 모텔이나 여관을 찾아 숙박을 해결하는 중이라 젊음이 부럽다는 말을 했다. 앞으로 포항까지 걸어서 가는 것이 목표라 살도 뺄 겸, 처음엔 한 달 정도를 걸을 것을 계획이었는데, 걷다가 힘이 들어 반쯤 포기하곤 현재는 집에까지만 가는 것이 목표라 했다.

짧은 휴식이 지나고 아저씨는 내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하곤 헤어져야 했다. 몸 건강히 잘 도착하셨기를 바란다. 연락처를 나누지 않아서 후에 도착했는지 어떻게 됐는지 알 길이 없지만 무사히 도착했으리라 생각한다.

아저씨가 당부하신 말씀은

"여기만 지나면 강원도에서 울진으로 넘어오는 고개가 있는데, 숨 넘어가도록 힘들었으니 자네도 고생 좀 하시게"

 젊은 혈기에 그 정도 고개쯤이야 껌이지 라는 마음을 먹고 길을 떠났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직접 마주한 고개는 엄청 힘들었다. 올라가는 중에는 그늘 한점 찾아볼 수 없고, 더위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것 밖에 없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저씨의 충고를 듣고, 먹고 남은 사이다 병을 이용해 물을 여분으로 챙겼기에, 물이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는 있었다.

꾹 참고 힘들게 올라간 고개는 내게 자연이라는 아름다움으로 답해줬다. 

 정상에 서니 모든 것이 느리고 아름답게만 보인다. 한참을 서서 바람을 맞고 있으니 잠시나마 근심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아 정상을 오르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정상에서 좋은 감정만 느낀 것은 아니었다.

가뜩이나 힘든데 눈살 찌푸리는 연인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그들 눈에는 모든 것이 낭만이겠지만 말이다.

눈을 정화하기 위해 강원도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삼척 땅에 들어섰다. 발걸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가 훌쩍 넘어  6시까지 잠잘 곳을 찾지 못하며,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삼척에 들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리가 아프고 저렸지만 그런 것보단 잠잘 곳을 찾는 게 먼저였다. 머릿속에선 어디에서 추위를 피할지 고민이 됐다.

 울진에서는 다행히도 찜질방이 있었어 따뜻하게 잘 수 있었지만, 현재 걷는 구간은 도시와 도시 사이의 중간쯤 되는 위치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라 24시간 운영하는 찜질방이나 목욕탕은 찾을 수 없을 것만 같다.

  다섯 시가 다돼서 삼척 북면에 도착했다. 무릎이 시큼 거리고 골반과 허벅지, 종아리 안 아픈 곳이 없지만 잠자리를 찾는 일이 시급했기에 절뚝거리는 다리를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다.

 먼저 입구 쪽에 위치한 교회를 찾아가 잠자리를 부탁해봤지만 할 필 오늘이 주일이라서 안된다는 말씀을 하셔서 어쩔 수 없이 다음으로는 마을회관을 찾았다.

 마을 회관에는 어르신들이 저녁밥을 드시고 있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하고는 사기가 훅 떨어졌다. 내가 생각했던 시골인심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텔레비전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벌써부터 텐트에서 잘 생각을 하니  몸이 떨린다.

한참을 고민하다 어쩔 수 없이 텐트에서 자기로  마음먹고는 근처 중학교로 이동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하더니 호산중학교 운동장은 마을 축제인지 뭔지 알 수는 없지만 운동장에 마을 주민들로 꽉 차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한 바탕 재미있게 노시고 계셨다.

 텐트 칠 곳이 마땅치 않아 실망을 하던 차, 학교 맞은편에 있는 교회가 하나 더 보였다. 방금 전 교회에서 거절을 당해 안 될것이라라 반쯤은 포기한 마음으로 문을 두드렸다. 

 얼마 후 문이 열렸고, 문 사이로는 젊은 청년들이 성경을 들고 공부하는 모습이 보였다. 한 분께서 목사님이 지금 출타 중이라 교회 방을 내 드리기는 어렵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바람 피할 곳만이라도 좋으니 텐트칠 수 있는 공간이라도 내어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고민하던 30대로 보이는 남성분이 교회 옆에 붙어있는 유리로 만든 현관으로 안내해줬다.

뜻밖에 호의에 오늘은 따뜻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했다. 텐트를 치고 난 뒤 처음 안내해 주시던 남성분이 오셔서 내게 질문을 했다.

"혹시 저녁은 드셨습니까?"

 염치 불고하고 "아니요 아직 못 먹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남성분은 잠시 생각하시더니 주머니에서 만원을 선 뜻 건네주셨다 괜찮다고 한 두 번 거절했지만 세 번 거절하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받았다. 낯선 사람에게 선뜻 밥을 사 먹으라고 돈을 주는 마음에 돈을 받고 나서 한참이나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많은 책에서 친절하게 살아야 한다며 수많은 책에서 봐왔지만 그때마다 왜 그래야 하지? 남에게 피해 안 주고 내 할 일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자기중심적인 견해로 의문을 품었었다.

 다만 오늘 이후로 아무도 모르는 사람에게 호의를 받아본 사람만이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다. 그 만원의 가치는  여태까지 살면서 가져왔던 수많은 만 원의 가치보다 더 컸음을 말할 것도 없다.

 텐트 정리를 마친 후 축구공을 가지고 나가 몸을 좀 풀고는 근처 편의점으로 가서 저녁을 사 먹었다. 통신사 할인카드가 있으니 사진과 같이 구매를 하였음에도 4천 원 미만의 금액이 나왔다. 배를 채우고 텐트로 돌아가서 세면도구를 가지고 나와 교회 화장실에서 샤워를 했다.

샤워기가 없어 손을 이용해 세면대 물을 받아 사타구니와 몸을 벅벅 긁어대는 모습은 내가 생각해도 웃겨 보인다. 대충 씻고 나와 텐트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다행히 오늘은 바람을 피할 수 있어 별로 춥지 않고, 뜻 모를 호의에 따뜻한 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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