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부터 약 40일간 걸었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티스토리로 이동 중이며, 맞춤법 등을 개선합니다.
- 일시: 2013년 5월 5일
- 이동: 삼척시 원덕리 호산읍 호산 감리교회 > 강원도 삼척시내 49km(강행군)
- 누적: 222.99km
- 비용: 61,700원 (점심, 맥주, 모텔 숙박비, 치킨)
- 합계: 148,380원
얼마나 지났을까? 슬슬 다리에 감각이 없고, 어깨가 아려온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어 보인다. 스마트폰 GPS 트레킹 어플로 측정한 한 거리가 30km가 훌쩍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척까지 남은 거리는 18km 나 됐다.
한숨이 푹- 쉬어진다. 어림잡아 4시간이나 걸어야만 하는 거리다. 시계는 오후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열기를 잔뜩 머금은 아스팔트 길을 몇 시간이나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 힘들게 느껴진다. 오늘 목표를 왜 50km로 잡아서 마음고생이 심하다.
50km의 거리는 굉장히 먼 거리다. 그냥 걷는 것도 힘든데 배낭을 메고 걷는 일은 무거운 군장을 메고 하는 행군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바닥이 찢어질 듯 절규를 해댄다, 신발 바닥을 보니 어느새 많이 닳아가고 있었다. 신발을 경 등산화나 트래킹화를 선택해서 올 것을 후회를 하기도 했다.
짧은 거리를 걷는다면 못 느끼겠지만, 먼 거리를 걸으니 가벼운 런닝화는 충격 흡수를 해주지 못한다. 디딜 때마다 발바닥을 통해 올라오는 찌릿함이 발목을 타고 올라왔다. 특히, 달궈진 프라이 팬처럼 뜨거운 아스팔트 길 열기가 바닥을 타고 그대로 전해졌다.
멀리 편의점이 보여 들르기로 했다.
고통을 조금이나 줄이기 위해선 알코올이 최고다. 맥주를 하나 집어든다.
할머니가 챙겨 준 쑥떡을 안주 삼아 한 캔을 비우고 나자 취기가 올라온다. 알 수 없이 울적해져 눈물이 흐른다. 목 머플러를 이용해 얼굴을 가린 채
"나는 나를 극복한다!
나는 꿈을 이룰수 있다! 나 자신에게 지지 않는다."
를 외치며 걷는다. 신기하게도 보잘것없어 보이는 주문을 외우자 몸에서 힘이 나기 시작했고, 약간의 고통마저 줄어드는 효과는 덤이었다.
TIP 장거리 도보여행시 신발 구매
필자가 신고 간 신발은 보름 정도 착용하며 길들이기가 끝나고 신고 출발한 미즈노 웨이브 라이더라는 중, 장거리 전용 러닝화다. 전문적인 러닝화임에도 일주일 정도 지나니 쿠션이 다 꺼지고, 밑창이 다 닳아가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중창이 얇아 발바닥으로 전해지는도로의 압력이 느껴진다. 우연히 걷다가 돌 뿌리에 걸릴 때마다 한동안 아픔과 신음해야 했다.
서울에 도착해 아웃도어 매장에서 구매한 캠프라인 미티어라는 모델이다. 할인을 적용해 10만원대에 구매했다. 처음 신었을때는 딱딱한 바닥에 낯설었지만 걸을수록 유연 해지는 것이 신으면 신을수록 발에 잘 감긴다.
길을 걷다가 물 웅덩이라던지, 물길을 지나야 할 때 고어텍스로 소재로 젖지 않았다. 서울에서 해남까지 400km가 넘는 거리를 걸었지만 밑바닥이 조금 갈리는 것 외에는 처음 신었을 때와 같이 편안함을 유지시켜 줬다.
보름 정도 떠나는 도보여행이라면 아무것이나 신어도 문제 없지만, 보름 이상 장기간 도보여행 시 경등산화나 전문 트래킹화가 좋다.
캠프라인 제품으로 선택해 중간에 밑창이 다 닳으면 집으로 돌아와 밑창을 수리해서 사용할 생각으로 밑창을 교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 후에 구매했다. 밑창 교환 수리비는 4만 원 정도 든다고 한다.
(2020 년 코멘트 - PCT 까지 다녀온 필자의 입장으로선, 배낭 무게를 최대한 줄이고, 운동화를 신을 것을 추천한다.)
날씨가 더웠던지라, 한시간 마다 물을 한통씩 비워나갔다, 삼척까지의 거리는 끝이 없어 보였다. 도착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벌써 해가 저물어 간다. 정류장에서 쉴 때마다 지나가는 버스를 보고 있자니, 이대로 버스를 타고 삼척까지 편안하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왜 꼭 걸어야만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무슨 영광을 누리려, 개고생이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혼자만의 수행길을 걷는지, 그럴 때마다 엄마 생각이 떠오른다.
엄마는 싫은 일도 자식들을 위해 하기싫은 일로 평생을 희생하셨는데, 난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부끄럽다. 마음을 다잡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삼척시에 도착하리라 마음을 다잡아 본다.
삼척 입구에 미리 찍어둔 찜질방으로 향하는 두 시간 동안 쉬지도 먹지도 않고 걷기만 했다. 날이 더 어두워지면 도로를 걷다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발바닥 감각은 사라지고 걸을 때마다 무릎과 골반이 삐걱 절규를 해댔다. 그래도 걸어야만 했다. 걷다가 연골이 마모돼서 다시는 걷지 못하게 되는 끔찍한 상상도 해본다, 다행히 우리 몸은 그렇게 약하지 않았다.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1,200km, 하루 평균 30km가 넘는 거리를 매일 걸었음에도 물집과 발목 통증을 제외하곤 몸을 멀쩡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적응이 됐다. 보름쯤 지나서는 몸이 알아서 몸을 컨트롤해줬다. 하지만 하루 평균 30km 거리를 초과하면 몸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스스로 방지하 듯, 온몸이 아프고 쓰라려서 될 수 있으면 30km를 넘기는 일이 없도록 했다.
어둑해진 시야 너머 '온천 찜질방'이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삼척시에 하나만 있는 유일한 찜질방이다. 강행군을 한터라 빨리 들어가, 밥이고 뭐고 씻고, 뜨뜻한 물에 몸을 지지고 싶은 마음뿐이다.
오후 7시 30분이 훌쩍 넘어서야 50km! 지랄같이 먼 거리를 참고, 고 내하고, 다독이며 왔더니, 해냈다!! 불가능해 보였던 50km의 행군을 끝내자 가슴이 두근거리고 성취감이 몰려왔다.
해냈다!!
불가능이란 없다니까!! 뜨뜻하게 몸을 지지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한의원에 들러 침을 좀 맞고, 출발하면 완벽한 계획이다.
여태 살면서 보아온 수많은 밤 풍경 중 내 인생의 최고의 야경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전히 무식하게 무거운 배낭을 등에 짊어지고 절뚝, 절뚝 하루의 끝을 마무리하러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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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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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킹!!!!!! WHAT THE HELL!
OH 주여!!~
이런 개 XX, 주옥같은 신발 색깔! 왜?! 왜!! 지금이냐고!!! 가슴이 떨리고 머릿속이 아득해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운터에 직원에게 찜질방 운영에 대해 물었다. 측은한 눈빛으로 살짝 고개를 내 젓고는 대답 대신 몸짓으로 기대에서 멀어졌음을 알렸다.
와 이런 신발 색깔!! 와 이런 주옥같은 일이 있나 50km! 50km! 나 걸어왔단 말이다!!! 찜질방 하나 믿고! 할 필 왜!! 왜!! 내가 도착한 날이 내부 수리냔 말이다! 열이 뻗쳐서 카운터를 나오자마자 화를 주체 못 해 배낭을 바닥에 던져 버리고 배낭을 걷어찼다.
그렇게 몇 번을 걷어차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십여분 정도를 지나서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나아가고 있던 정신이 다시 정상적인 궤도로 진입했다. 3년 전에 끊었던 담배가 줄기차게 당기기 시작했다. 피울까? 말까?를 고민하고 고민했다.
정신을 추스르며 상황 파악이 해보자. 중요한 것은 잠자리를 구하는 것이 첫 째라, 근처에 위치한 교회 두 군데를 둘러보기로 했다.
실망스럽게도 목사님들은 퇴근을 했는지 두 군데 모두 불이 꺼져 있었기에 들어가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반쯤 포기를 하자 허기가 몰려왔다. 근처 편의점을 찾아봤다. 아무리 근방을 돌아다녀 봐도 찾을 수 없어 포기하곤 근처에 있는 쉼터에 앉아있을 때였다.
스물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어, 길을 물어볼 생각으로 혹시 삼척시에 찜 잘 방이 여기 말고 다른 곳은 없냐고 물어봤다.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대로 였고, 포기하고 숙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더 청년에게 숙소가 있는 곳을 물었다. 청년은 고맙게도 담배를 다 피우면, 터미널 방향으로 가는데 괜찮다면 태워준다고 했다. 맘씨 좋은 청년 덕분에 차를 얻어 타고 터미널 근처로 도착했다.
벌써 시간은 9시가 훌쩍 넘었다. 숙소 근처에 피시방이 눈에 띄어 비용 절약을 위해 피시방에서 밤을 새울 것인지, 아니면 무리하게 텐트를 칠 것인지, 숙소를 잡을 것 인지 고민이 됐다.
근처에 텐트 칠 만한 곳도 없었고, 새벽 추위를 견딜 자신이 없어 몸상태가 말이 아닌지라 큰 지출을 감내하기로 마음먹었다.
수완을 발휘해 4만 원인 숙박비를 5천 원을 깎았다. 주인아저씨는 삼척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고 소개하는 모습에 자부심이 상당해 보였다. 도착한 내부는 사장님 말씀과는 달리 도시 지역과 많은 괴리감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먼저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몸을 지지기 시작했고, 뜨거운 물이 몸에 닿자 근육통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배가 고파오자 술이 당기기 시작한다. 이미 과도한 지출을 했지만 오늘 겪은 일 덕분에 이미 정신은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것에 오류가 생겼다. 밖으로 나와 근처 치킨집에서 치킨을 구매하고 맥주 피쳐 한 병을 슈퍼에서 샀다.
삼척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고추 치킨이라는데 맛은 생각보다 평범하다. 내일 걱정은 내일 하기로 하고 오늘 일을 자축한다 생각하며, 마시고 마셨다. 술을 마셔야만 심신의 위로가 될 것 같아 거하게 마셨다. 문자로 국비호 선배님께 오늘 고생했던 일은 문자로 보낸 후 그대로 뻗었다.
7일 차에는 이 길이 대체 나를 언제까지 밀어내고 시험하는 것인지 누군가가 시험을 하는 것 같다는 기분마저 든다, 그 누군가를 향한 분노를 느끼기도 하였고 길을 떠난 후 두 번째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혼자 계획하고 행동하는 여행은 지극히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이럴 때마다 유연하게 잘 대처해야만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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