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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붕어빵 장사

1회 소자본 창업 - 붕어빵 장사 후기

by 냥이왕국 2020. 5. 7.

 

2013년에 네이버 블로그에 작성된 글을 옮기는 중입니다. 붕어빵 장사 후기로는 네이버에서 최초였던 것 같습니다. 

 

호떡장사에서 붕어빵으로

요즘 들어 장사와 관련된 책을 5권 정도는 읽은 것 같다. 노점 하나 창업하는데 뭐 대수냐라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창업을 시작하면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은 치자는 생각을 가지고 창업을 하기에 어떻게 기본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장사와 관련된 책들을 보게 됐다.

 원래는 호떡장사를 계획했다. 요즘 유행이라는 씨앗호떡과 어묵을 겸해서 저렴한 가격에 파는 것이 계획이었지만, 세상만사가 그렇듯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생각지도 못한 급성 허리디스크로 창업을 해야 할 시점에 병원에서 주삿바늘을 달고 살게 됐다. 그렇게 2주 정도의 시간을 날려 먹다 보니 원래 계약을 하기로 했던 호떡 마차가 다른 곳으로 계약을 해버리게 됐다.

  눈앞이 깜깜 해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창업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해보고 싶은 경험이라 다시 호떡 마차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수소문했지만 이미 겨울이 와서 대부분의 장사꾼들이 자리를 잡았기에, 남는 호떡 매대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붕어빵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남과 다른 경쟁력을  갖기 위해 선택할 수 있었던 카드 중 하나는 미니 붕어빵이라는 카드였다. 일반 붕어빵은 너무 흔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천 원에 3개보다는 5개에 천 원이라는 양적에서 주는 푸짐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번 계약이 불발되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교차로신문에 있는 '붕어빵 업주 구함' 광고 번호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설치까지 일사천리로 해결되고, 1시간 만에 마차 설치가 끝이 났다. 호떡 아저씨는 일주일을 질질 끌었는데 아마 젊은 사람이라 영 믿음이 가지 않았을 눈치인 것 같다. 

  인연이 아닌 호떡 매대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내고 붕어빵 기계를 설치했다. 장소는 어렵지 않게 양해를 받아 할 수 있게 됐다. 기분이 좋았다. 내장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매번 기업이나 다른 누군가가 생산한 재화를 돈으로 구입했는데, 이번엔 스스로가 물건을 생산해서 돈으로 바꾸는 위치에 섰다. 

아쉽게도 가스가 연결되지 않아서 다음날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어묵은 천천히 준비하는 것으로 하고 일단은 붕어빵 굽는 기술부터 익히기로 했다. 

장사를 시작하다

 다음 날 오전 가스를 설치하고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붕어빵을 굽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작은 붕어빵이 굽기가 더 어렵다고 했다. 

처음이라 역시나 서툴러 많이 태워 먹었다. 

아저씨에게 기술을 전수받고 구운 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아주머니가 첫 개시로 3천 원 치를 구매했다. 생각건대 불쌍해서 사주신 것 같다. 난 사실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 붕어빵 가게가 생긴 게 신기해서인지 손님이 한 명, 두 명 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저씨가 옆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가르쳐 줬기 때문에 멘틀을 잡을 수 있었다.

손님이 올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고 한 번에 세명의 손님이 몰릴 때면 패닉이 왔다. 빵은 안 구워지는데 나가기는 잘 나간다. 어설픈 솜씨라 굽는 타이밍을 몰라 기껏 기다리게 해 놓고 태우기도 여러 번이다. 

붕어빵이라고는 붕어빵 타이쿤이라는 게임밖에 모르는 내가 붕어빵을 굽는 일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처음 시작한 장사는 생각보다 많이 팔렸다. 약 8만 원 정도의 수익을 거두었고, 대충 계산해보니 태워먹고 덤으로 준 붕어들을 합치면 밀가루 1개와 앙꼬 2개로 만들 수 있는 양은 10만 원 정도 되는 것 같다.

  마진으로는 약 50프로 정도에 오늘처럼만 팔린다면 순익 6만 원 이상은 나올 것 같은데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적은 돈이지만 남 눈치 안 보면서 즐겁게 일할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붕어빵 장사는 생각 외로 바쁘다. 멀리서 지켜볼 때는

그냥 매대 하나 두고 휴대폰으로 TV나 보다가 손님 오면 그만이겠지 지 생각했다.'

 

 실제로 해보니 쉴 틈 없이 붕어빵을 구워야 한다. 휴대폰 볼 시간도 거의 없고 붕어가 굽히는 것인지 내가 굽히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구워야만 했다. 미리 구워 나야 손님이 몰릴 때 바로바로 줄 수 있기 때문에 손님이 올 것 같으면 눈치를 보고 구워야 한다.

 따뜻한 붕어빵을 바로바로 구워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한 판을  굽는데 5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손님이 몰린다면 기다리다 돌아갈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구워 노을 것들도 있어야 한다. 갓 구운 붕어빵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글을 작성하고 새벽에 일어나 시장 가서 어묵을 사러 갈 예정이다. 이리저리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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