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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붕어빵 장사

5회 소자본창업 붕어빵장사 자리이동과 주변텃새

by 냥이왕국 2020. 5. 15.

 사실 며칠동안 장사를 하지 못했다. 이유인 즉 며칠전 장사를 하러 가는 길에 내가 위치한 포장마차 자리에 며칠동안 안보이던 풀빵아주머니가 옆에 떡하니 자리를 잡았다. 벙어리인지라 막 소리를 지르더니 성을 내시는데, 황당할 노릇이다. 본인 자리를 차지한 것도 아닌데 내 자리에 떡하니 위치한 것이 어이가 없다.

 대화가 통하지 않아서(실제 벙어리) 알겠다고 말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겨우 자리를 지켜냈는데, 참 힘들다. 건너편에서 하면 되겠지만 건너편에서는 수익률이 절반도 안나오기 때문에 차라리 다른 동네로 이동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섰다.  며칠동안 자리를 찾아 해맸다.

 대부분의 붕어빵 노점은 비슷한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자리 싸움이다. 괜찮은 자리는 9~10월 부터 시작하는 붕어빵 장사 배테랑이 차지해버린다. 붕어빵 장사는 겨울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가을에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좋은자리 선점과 단골확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플러스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며칠 돌아다니가 발견한 자리는 아파트 단지 내 입구쪽이다.  전에 있던 자리보다 유동인구는 적지만, 아파트와 주거단지가 밀집해 있기때문에 소문이 난다면 출퇴근 길에 간식을 구매하러 자주 올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서다.

 4~5일을 날려먹고는 마음을 추스리고 준비했다. 붕어빵 가격도 올렸다. 기존 5개에 1000원에서 4개 1000원으로 바꿨다. 

 5개로는 도저히 마진이 남지 않고, 굽는 양에 비해 인건비도 안나온다. 한틀에 2개씩 나오는데, 사람이 몰릴때면 1,000원이면 2개의 틀만 꺼내면 돼서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5개 천원에 팔때는 3개 틀을 꺼내야만 해서 비효율적이다.

옆에 과일집을 운영 하시는 사장님이 매우 친절하셔서 좋은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든다.  남은 귤도 나눠주시고...

 첫 개시라고 붕어빵도 사주셨다. 

  장사를 시작한지 체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상가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이곳에서장사를 하면 안된다며 성을 냈다. 역시나 순탄치 않다. 이야기도 없이 다짜고짜 여긴 주차장이라서 차가 들엉와야 하니 안된다고 뭐라고 하는 것이다. 분명 주차장은 맞지만 내가 있는 자리는 주차할수가 없는 공간이고, 과일가게 사장님도 이곳은 주차할 수 없는 곳이니 괜찮다고 했다. 

 필시 남 잘되기 싫어하는 인간 중 한명인 것 같다.  다짜고짜 뭐라고 하면서 성을 내는지라, 도통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마음같아서는 다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든다. 

 왜 이런 일들은 나를 피해서 가지는 않는 건지... 한 번쯤이라도 그냥 넘어가주면 안되는지 하늘이 약간은 원망스럽기도 하다. 오후가 되자 비가 왔다. 조명도 없는 노점이라 멀리서보면 장사를 하는 것인지 안하는 것인지 구분이 안될정도다. 

 구워놓은 붕어빵만 팔고 장사를 일찍 접었다. 다행히 구워놓은 붕어빵은 다 팔았지만, 매출이 적다. 67,000원을 벌었는데, 재료비가 53000원에 내일 가스를 넣으면 4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붕어빵을 팔아서 돈이 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거기다가 조명을 달려면 10만원 정도의 추가 지출이 필요했다.

 머리속이 혼란스럽다. 퇴근 길에 과일가게 사장님께 인사를 드렸다. 사장님은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젊은 시절 노점이고 가릴 것 없이 다 해봤는데, 결국에는 버티는 놈이 이긴다. 

 어차피 노점이라는게 불법이기 때문에 어딜가도 텃새가 있고 뭐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자리를 옮기기 전 동네에서 장사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고 했다. 그곳에서 쫓겨나 여기까지 오게된거 아니냐고 물으시는 모습이 이미 대충은 파악하신 듯 하다.

 누가 치우라고 하면 잠깐 치웠다가 다시 가져다 놓고, 그렇게 버텨야 한단다. 장사하면서 뚝심과 투쟁 싸우는 법을 배우지 않고선 더 나아갈 수 없다고 하신다. 장사든 아니든 간에 뒷걸음을 치면 평생 뒷걸음 칠 수 밖에 없다고 이 악물고 버티라고 조언해주셨다. 

  사장님 말씀에 용기를 얻고 집으로 오자마자 간이 조명을 주문했다. 적자든 흑자든 본전이든 버텨보려 한다. 

다음 날

 며칠만인지 오랜만에 마음편히 장사를 했다. 늘 박대당하는 입장이라 눈치밥을 먹다보니 누군가 붕어빵을 사러오면 속으로 자리 치우라고 하는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아직은 조명이 준비되지 않아서 좀 더 오래 하고 싶지만 반나절 정도의 물량만 받고 판다. 12시부터 시작해서 저녁 5시 30분까지 팔다보니 재료가 다 떨어져서 장사를 일찍 접는다.

배송이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할 것 같다.

  다시 어묵을 개시하기로 마음 먹었다. 어려울 때일수록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해야 한다. 붕어 굽는 실력이 날이지날수록 도통 나아지질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붕어를 굽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불조절도 어렵고 최적의 상태를 찾는 것이 힘들다. 

미니 붕어빵의 특성상 큰 붕어빵과 달리 더욱 세심함이 요구된다.

 붕어빵 가격을  기존 5마리 천 원이던 것을  4 마리에 1,000원으로 바꿔파니 효율이 오르고 매출도 오른다. 비싸다는 분들도 간혹 있다.  큰 붕어는 3마리 천원인데 반해 작은 붕어는 네 마리에 천원이면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다. 휴대폰 하나에 100만원을 주고 구매를 하는 시대지만 여전히 노점 음식은 천 원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붕어 갯수를 줄이니 손님이 몰리더라도 두개의 틀만 사용하면 되니, 시간대비 효율성이 높고 네 마리의 양이 적다고  천원짜리 손님보다는 2천원 짜리 손님들이 많이 늘었다. 미니붕어빵은 4개에 천 원을 받아야 수지가 맞는 것 같다. 

  점심에 가스한통을 새것으로 채우니 오늘도 적자다. 밥 사먹는 것은 사치고, 천 원짜리 한장 사용하는 것이 아깝게 느껴진다. 

오후에 동네 친구가 들렀는데, 오늘이 본인 생일이라고 우기는지라, 없는 돈을 털어 또 5만 원을 술값으로 지불했다.

모아두면 돈 나갈때가 왜이리 많은지... 인간관계를 끊고 살아야하나 고민이 들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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