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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퍼시픽크레스트트레일

1회 프롤로그-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 영화 와일드

by 냥이왕국 2020. 5. 6.

 기다리고 기다리던 출발이 다가왔다.

그간 PCT를 가기위해 멀미나는 여객선에서 얼마나 많은 커피와 과자를 팔며 술이 취한 진상들을 상대했던가? 진상들은 그래도 괜찮았다. 그냥 그들의 요구대로 기분은 상하더라도 조금 들어주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다만 주객들은 정말 노답이다.

 주문을 하노라 입을 벌릴때면 입안에서 숙성된 알코올의 향기가 내 코끝을 자극했고, 그럴때마다 헛 구역질이 나 죽을 것만 같았다. 갖은 고생을 하며 거의 8개월간 크루즈 안 조그만 매점에서 커피를 팔았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이야기를 하면서 무슨 '알바' 이야기를 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돈을 모으는 과정도 여행의 일부라 필자는 생각한다. 

당시 투잡을 했는데, 두 번째로 한 일은 태국 맛사지 가게에서 일을했다.

어떤 일이냐고 묻는다면 꿀 알바라고 대답하고 싶다.  

 하는 일이라고 돈계산과 전화를 받고, 맛사지사가 청소할 때 잠시 거드는 것이 전부였다.  내가 일하던 곳은 방이 4개이고 맛사지를 받으면 손님이 밀리지 않는 한 1시간 동안 내가 할 일이 없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물론 세상 어떤 일이든지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존재 하기 마련이다. 이제부턴 단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단점으로는 야간에 일을 한다는 것이 내 몸의 리듬을 깨고 굉장히 피곤하게 만든다. 사람은 해가 지면자고 해가 뜨면 일을 해야한다. 

 둘째로는 손님들의 이물질?을 치우는 일이 가끔씩 발생하게 된다. 이럴때마다 약간의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태국 안마 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대딸방'과 다름 없는 곳 이다. 남의 이물질을 치우는 일은 생각보다 끔찍 하고 약간 소름이 끼친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당시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일본 애니메이션 120편을 볼것이 아니라 영어공부를 해야만 했다. 만일 지금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분명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지루한 시간을 때우지 않고 영어 공부를 하는데 그 시간을 온전히 소비하지 않을까? (잠시, 생각하다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을 고쳐 먹기로 한다.) 

잠이 오질 않아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며칠 전 다큐멘터리 첫 촬영을 했다, 카메라를 보는 것이 여간 어색한 것이 아니다. 카메라가 돌아가니 긴장도 되고 워낙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HOME 형 인재이다 보니 긴장이된다.

내게 있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과정은 피시티를 걷는 일보다 지루하고 힘든 시간이다. 여행이란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도 필수 포함을 해야하지 않나 싶다.

 누군가 여행 관련 글이나 사진등을 올리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저 사람은 돈이 많고 시간이 많아서.' 라는 이유로 그 사람을 평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PCT에서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심히 각자 자리에서 돈을 모으고 시간을 만든 사람들이었다.

물론 나는 시간은 많았다.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11시간은 힘이 들었다. 평소 운전을 해도 1시간 이상 운전을 하면 졸리는 성격인지라 남들보다 더 힘들다.

 처음 끊은 티켓은 22시간 경유행으로 끊었다가 중간에 KXX 촬영여부가 확정이돼서 대한항공 직항으로 바꿨다. 물론 전에 있던 티켓은 취소를 해야만 했는데, 당일 날 취소를 하는 바람에 4만원만 돌려 받을 수 있었다.

장거리 비행기는 처음인데, 사람 할 짓이 아닌 것 같다. 가축마냥 시간이 지나면 밥을 주고, 먹을 거리를 주면서 달래주는 기분이다. 그래도 맥주가 참 맛있어서 다행이다. 

장시간 비행의 끝이 보이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태까지는 아무런 감흥 떨림 긴장감이 없었는데, 이제서야 실감이 난다. 

'미국에 도착했다!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여기까지 왔다. '

그간 돈을 모으면서 지나갔던 취객들과 진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듯 했다. 

 

이제는 실전이다.

 어떤 시련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비행기 고도가 낮아질수록 심장은 고동치고 요란해지기 시작한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인지 너무나 오랫동안 방치해둔 내  설렘이 꿈틀되기 시작한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이 열심히만 살아서 잘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구나 다 열심히 한다. 사실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가 더 어렵다. 이제는 열심히 말고 '잘' 하고싶다는 욕심이 든다.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잘...

 

2016년 11월 24일에 작성한 내이버 블로그의 글을 옮기면서 약간의 수정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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