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공항 주변에서 하루 정도를 보내고 K팀과 샌디에이고로 이동했다. 샌디에이고에서 하루 더 휴식을 취하고 PCT 출발 장소인 Campo로 출발하는 계획이다. 출발 전 식량과 장비를 구입해야만 한다. K 측에서 후원 제품들을 지원해줬지만 N사의 제품 중에 전문적인 하이킹을 할 수 있는 제품은 의류를 제외하곤 불 필요한 물품들이 많다.
다만 뒤늦게 출연 결정이 돼서, 미리 장비를 구매했기에 돈을 두 번 지출하게 된 셈이다.
샌디에고 출발 전 K 측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기 위해 카메라 전문점에 들렀다. 마침 카메라가 없던 나는 카메라를 하나 구입했다. TG-870 올림푸스 모델인데 방수와 방진 기능을 제공해 아웃도어에 특화된 제품이다. 6 개월 간 사용을 잘하였다.
다만 추천해 주고싶은 모델은 아니다. 당시 소지하고 있던 핸드폰이 아이폰 4S라서 구매했다. (2017년 기준 아이폰 7이 출시됐다.)
카메라에 관해 조금 적어 보자면, 비가 올 것을 염려해 방수 카메라를 구매했다. 비오는 날은 유용했지만 방수 기능이란 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점이다. 휴대폰 카메라 화질이 괜찮다면, 지퍼백에 넣기만 해도 젖을 염려가 없다.
전자 기계가 하나, 둘 추가되면 배낭 무게가 증가하기도 한다. 미화 300$ 제품치곤 화질이 좋은 편도 아니다. 4천 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지만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다.
(이후부터 업로드 되는 사진은 대부분은 TG-870으로 찍었습니다)
샌디에이고는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햇살이 밝았고 바람도 건조해서 기온이 높더라도 그늘 아래에서는 쌀쌀하게 느껴진다.
장비 구입 TIP
카메라 구입을 마치고 나머지 캠핑 장비를 구매하러 REI에 들렀다. REI는 미국 최대 규모의 아웃도어 매장으로 웬만한 제품은 대부분 있고, 묻지 마 AS와 반품도 해준다.
특히 텐트라던지, 침낭, 트레킹 폴, 배낭 등 부러지면 당장 운행할 수가 없는 제품들이 고장났을 때 비교적 빠르게 조치가 가능하니 의류를 제외하면 조금 가격대가 있더라도 REI에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심지어 양말같은 소모품 제품들도 AS가 가능하며, 자체적으로 나온 REI 제품들은 가격대가 저렴하고 성능도 우수하다. 필자도 REI에서 침낭을 구매해서 PCT를 완주했다.
대부분의 제품이 1년간 보증을 해주니 안 할 이유가 없다. 다만 구매 시 영수증이나 REI멤버십으로 구매한 기록이 있어야 조치가 가능하다.
다만 국내에서 장거리 하이커를 지원하는 '제로그램'의 경우 우선적으로 제품을 보내주기도 하니, 제로그램 제품을 이용하면 편할 것 같다. 2016년도부터 ~ 현재까지 국내 하이커들을 지원해왔고 장거리 하이킹과 BPL에 대해서 국내에선 독보적으로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기업이다.
필자도 많은 도움을 받았고, 제로그램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이다.
ZEROGRAM
경량하이킹 장비와 의류
www.zerogram.co.kr
넓디 넓은 매장을 둘러보다 보면 구매하고 싶지 않은 제품들도 충동적으로 사고 싶을 만큼 제품들이 많다. 거의 모든 아웃도어 용품을 판매하고 있어, 한국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부러워지는 문화다.
추가적인 장비를 구매하자 500불 이상의 지출이 생겼다. 침낭과 매트리스 지출 비중이 높다. (PCT 기어 리스트는 나중에 작성합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배낭을 패킹하자 울적함과 두려움이 스며든다.
드디어 하루만 지나면 PCT로 떠난다. 알수없는 착잡함과 공허함이 몰려든다. 어떤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이 생지 X을 하는 것인지, 왜 낯선 땅 모텔 방안에 나라는 존재가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미뤄뒀던 걱정거리에 대한 무심함은 한 밤중 모텔 방을 덮쳐온다.
왜? 나라는 사람은 자꾸 튀어나가려고만 할까? 괜찮은 회사를 다닐때도, 뭔가 일이 잘되고 있을 때도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고 한다. 친구는 더러 웹툰 송곳에 이수민 같다면서 치켜세워줬지만 이수민은 신념이 있고, 무언가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다.
나는 지키고 싶은 것도 없고, 신념도 없고, 단순한 객기일 뿐..., 이 여행이 끝나면 다시 백수에 취직을 해야할텐데 잘하는 일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행동을 따라 하고 싶어 온 것을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가? 첫 비자 인터뷰 탈락 때 마음속으로 안도의 마음이 생겼다.
속마음을 스스로 알 길이 없어 K측에 떠밀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인지, 그럴지도 모른다. 촬영에 대한 부담도 크다. 어떤 사람은 이 일이 잘되면 방송도 타고 유명해져서 기회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방송이 나간 후 서른이 넘어서 아직도 이러고 다니는 것을 그저 운 좋게 얻은 결과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떠밀고 싶다.
사실 쪽팔린다.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만약 하다가 정말 아니다 싶으면 기회를 봐서 다리를 부상당한 척하며 자연스레 낙오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영원한 밤이 이어졌으면 하지만, 결국 뜬 눈으로 시간을 잡지 못하고 날이 밝았다.
밤은 짧았다.
PCT 입구로 출발 전, 마지막 만찬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식사를 마친 후 캠포로 가는 동안 좋음이 몰려왔다.
불안과 떨림에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잘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머릿속이 복잡하지만 일단 걷는 수밖에 없다. 6 개월은 충분히 길다.
캠포에 도착했다.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허허벌판에 사람도 별로 없다.
출발 기둥에 있는 방명록을 들여다봤다. 벌써 많은 하이커들이 이름을 남기고 출발했나 보다, 저마다의 사연은 다르겠지만 완주하는 것에 대한 공통적인 목표는 동일하다.
부디 무사히 안 다치고 6개월이 마무리 됐으면 했다.
경건한 마음을 담아 방명록에 내 자취를 남기고, 이제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먼길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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